'편리한 매트리스'가 아닌 '편리함'을 파는, 캐스퍼(Casper)

2020-04-27

‘제품을 경험하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시착/시음/시식 등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것부터 브랜드의 각종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까지 다양한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매트리스 산업에서 이 질문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많은 경우 ‘매장에서 다양한 매트리스에 누워보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제품을 찾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매트리스 업체 ‘캐스퍼(Casper)’는 불친절한 브랜드이다. 우선 사람들의 수면 습관을 분석해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매트리스 선택지를 제공하는 타 업체들과는 다르게 캐스퍼에는 최소한의 모델만 존재한다. 또한 캐스퍼 설립 초창기에는 누워보고 사용감을 판단하게 해줄 수 있는 매장조차 존재하지 않고 오직 온라인으로만 매트리스를 판매하였다. 언뜻 보면 각각의 소비자들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의 중요성이 커지는 최근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2014년 4월 설립된 캐스퍼는 28일만에 약 백만 달러의 매트리스를 판매하였고, 2년 만에 약 2억 달러 상당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창립 3년 만에 캐스퍼의 가치는 ‘침대 및 매트리스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라는 평가와 함께 약 7억 5천만 달러(약 8,400억 원)까지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소비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불친절한’ 브랜드는 어떻게 이렇게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제품 선택부터 판매, 환불까지 전 과정을 설계하다


캐스퍼는 ‘브랜드 경험’을 단순히 매장에서 매트리스에 누워보는 ‘제품 체험’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 번 구매하면 최소 몇 년은 사용하는 매트리스를 매장에서 몇 분 누워보는 것만으로 제대로 고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때문에 이들은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하게 하는 방법 대신 온라인에서 매트리스를 구매하고 100일간 사용하게 한 뒤 마음에 들지 않을 시 100% 환불(환불된 매트리스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된다)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문 기사가 집에 방문하여 설치를 해주는 기존 방식이 아닌 배송 때부터 매트리스를 압축하여 기숙사형 냉장고 크기의 박스에 넣어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배송비를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고, 소비자 혼자 간편하게 매트리스를 배송 받아 설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매트리스 온라인 유통을 가능하게 해준 압축 배송 시스템 / 출처: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


거기에 이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맞는 매트리스’라는 컨셉으로 최소한의 매트리스 종류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 고민을 하지 않게 하였다. 



초창기 캐스퍼는 오직 단 한 종류의 매트리스만 판매하였고, 5년이 지금 지금도 단 세 종류의 매트리스만 판매한다. 

/ 출처: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



'소유 소비'를 '경험 소비'로 전환시켜라


세상에는 필요에 의해, 또는 ‘갖고 싶어서’ 제품을 소유하는 ‘소유 소비’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단순한 소유욕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경험 소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유 소비의 만족감은 구매 후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되지만, 경험 소비의 만족감은 구매 후에도 긴 시간 동안 유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트리스는 대표적인 소유 소비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아무리 편한 매트리스를 샀다 했더라도 그 만족감이 몇 달, 몇 년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 캐스퍼는 제품을 포함하여 구매부터 배송, 환불 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편리한 매트리스’보단 ‘편리함’이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소비자가 매트리스를 구매할 때 자신의 수면습관에 따라 각종 정보를 탐색하고 매장에 가서 직접 누워 보고 배송과 설치를 기다릴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주문 후 박스에 포장되어 배송된 매트리스를 간단히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매트리스 업계 관점에서 약점으로 여겨진 부분들(온라인 판매, 제품 라인업의 부족)을 오히려 자사만의 특색 있는 장점과 색다른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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