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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없었던 정겨운 구멍가게 - 보데가(스톡웰)

2020-04-29

2017년 6월 창업한 미국의 첨단 무인자판기 스타트업 ‘보데가(Bodega)’. 구글 출신의 창업자 두 명이 만든 이 브랜드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인자판기로, 각 지역/건물별 판매 패턴을 자판기 스스로 분석하고, 카드나 지갑이 없어도 어플에서 코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자판기를 열고 제품을 구매하며(자판기에 설치된 동작인식 카메라로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판단하여 어플 내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이 무인자판기의 위치도 찾을 수 있는 등 최첨단 기술을 결합하였다. 보데가보다 앞서 아마존, 테슬라 등 600여 개 회사에 입점한 스마트 자판기 스타트업인 ‘바이트 푸드’보다 기술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들은 주로 근거리에 상점이 부족한 거주지, 다세대 주거용 건물, 대학 캠퍼스, 회사 등 밖에 나가서 구매하기 껄끄럽거나 근처에 상점이 없는 장소를 주 타겟으로 하였다. 여기에 미국은 곳곳마다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지역별 상점 밀도가 부족한 지역이 많기에 ‘최 근거리 무인자판기의 리더가 될 것이다’라는 이들의 목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였다. 


보데가 자판기의 모습 및 장점 / 출처: 스톡웰(보데가의 현 브랜드명)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처음 서비스를 공개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보데가는 각종 언론과 SNS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약 1년 동안 서비스만 열어둔 채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는 사실상의 ‘개점휴업’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분명 이 자판기를 필요로 하는 지역과 사람이 있을 것이고, 보데가의 창업자에게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미지는 차용한다. 이해는 없다.


사실 보데가의 제품 자체가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물론 카드나 현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제품이 나오는 일반적인 자판기보다 어플을 켜고 코드를 입력하는 일련의 구매 과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인근의 수요에 맞춰 시간이 갈수록 물품이 업그레이드되고 어디서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자판기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하다.

‘보데가’에 대해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브랜드명이다. 보데가(Bodega)는 스페인어로 ‘구멍가게’를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으로 이주한 수많은 히스패닉 계열의 이민자들은 미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골목 구멍가게를 운영하였는데, 이 구멍가게들을 통틀어서 보데가라고 불렀다. 이민생활에 지친 히스패닉들은 보데가로 모여들어 애환을 나누었고, 자연스레 이곳은 미국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데가라는 이름은 단순히 구멍가게라는 의미를 넘어, 마치 1세대 미국 거주 한인들의 ‘한인 세탁소’처럼 미국 히스패닉 저소득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상징하게 되었다.

미국 거주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상징하는 구멍가게 ‘보데가’ / 출처: Brooklyn Quarterly


 그렇다면 스타트업 ‘보데가’는 어떨까? 이들의 창업자는 히스패닉 이민자하고는 관련이 없는 구글 출신의 젊은 백인이며, 창업한지는 3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취급하는 무인자판기는 진짜 구멍가게 ‘보데가’의 상권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물품이다. 하지만 이들은 ‘당신들의 곁에서 필요할 때 언제나 함께하는 친숙한 ‘보데가’ 같은 자판기’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내세웠다. 이 브랜드의 로고 또한, 주로 골목에 위치한 구멍가게인 보데가를 상징하는 또 다른 상징인 길고양이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스타트업 ‘보데가’의 초창기 로고. 길고양이는 진짜 보데가의 또 다른 상징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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