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비자 경험? - 캐스퍼 & 버로우

D2C / 압축 배송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끈 미국의 매트리스 업체 캐스퍼(Casper) / 사진출처: Amazon


2014년 창업한 미국의 매트리스 업체 ‘캐스퍼(Casper)’는 온라인에서 매트리스를 구매하고 100일간 사용하게 한 뒤 마음에 들지 않을 시 100% 환불(환불된 매트리스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된다)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문 기사가 집에 방문하여 설치를 해주는 기존 방식이 아닌 배송 때부터 매트리스를 압축하여 기숙사형 냉장고 크기의 박스에 넣어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배송비를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고, 소비자 혼자 간편하게 매트리스를 배송받아 설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맞는 매트리스’라는 컨셉으로 최소한의 매트리스 종류만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 고민을 하지 않게 하였다. 제품을 고민하는 단계부터 배송, 그리고 환불까지의 고객 구매 경험에 있어 전 과정을 설계하여, ‘편리한 매트리스’가 아닌 ‘편리함’을 주고자 한 것이다.


(관련 칼럼: https://blog.naver.com/wkmarketing/221673945188)


이런 과정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온 캐스퍼에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2016~2018년 연평균 성장률은 45.5%를 기록했지만, 2019년의 성장률은 20.3%로 하락하였고, 2019년 3월 투자 라운드에서 11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로 평가받던 예상 시가총액은 2020년 1월 기준 약 7억 4,400만 달러~7억 6,820만 달러(약 8,900억 원~9,200억 원)로 40%나 하락하였다. 따라 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인 탓에 경쟁사만 약 200여 개가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 문제를 마케팅과 홍보 활동으로만 해결하려 한 것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2017년 창업한 미국의 소파 업체 ‘버로우(Burrow)’는 캐스퍼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위협에도 월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두 브랜드는 어떤 점에서 닮았고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을까?



'캐스퍼스러운' 수많은 기업 중 하나?


위에 서술한 캐스퍼는 2014년, 버로우는 2017년에 창업한 기업이다. 매트리스의 배송비가 비싼 이유는 상자에 넣어서 쌓아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상품들과 달리 다른 배송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압축하여 상자에 넣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유통 비용을 낮추기 위해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으로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채택하였던 것이다. 

2017년 창업한 미국의 소파 업체 버로우(Burrow) / 사진출처: Kustomer


 소파 또한 매트리스처럼 일반 상자에 넣고 쌓아서 옮길 수 없기에, 버로우는 쿠션과 팔걸이 등을 모듈형으로 분리해 조립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소파를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결국 100달러 이내에 배송이 가능한 소파를 만들게 되었다. 또한 캐스퍼와 같이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선택하였다. 버로우는 ‘밀레니얼세대의 이케아’라는 별명과 함께 2017년 4월 창업 이후 1,900만 달러(약 214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하였다. 

버로우 소파의 배송 후 DIY 조립 방식 / 동영상 출처: Burrow 공식 홈페이지


여기까지 보면 캐스퍼의 등장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캐스퍼스러운’ 업체 중 하나로 보인다. D2C 시스템과 커다란 제품의 박스 배송 시스템, 구매 경험의 철저한 설계 때문이다. 하지만 버로우는 다 같이 매출 침체의 늪에 빠진 일반적인 캐스퍼의 후발주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안 사도 좋습니다.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빈둥거리다 가세요


소비자에게 가장 와닿는 캐스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이다. D2C 시스템과 배송비의 절감으로 인해 품질 좋은 매트리스를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열광했었다.

하지만 이처럼 ‘가격’과 ‘비즈니스 모델’이 브랜드의 주요 경쟁력이면 장기적인 관점에선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훨씬 큰 브랜드가 후발주자로 들어오거나(실제로 캐스퍼의 등장 이후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등의 거대 브랜드들도 D2C-압축 배송 방식의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더 나은 가격 전략을 들고 시장에 들어오는 후발주자들이 나타나면 곧 위기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버로우는 창업 초창기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 위주의 전략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하였다. 물론 D2C 구조나 박스 배송의 방식은 그대로였으나, ‘우리는 저렴합니다’라고 광고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소파의 ‘본질적인 가치’를 경험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이들은 창업한지 1년이 지난 2018년 8월, 뉴욕 소호에 ‘Burrow House’라는 이름의 매장을 오픈하였다. 그런데 이 매장, 자사의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다른 매장들과는 뭔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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