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디자인, 세련된 상세페이지 이전에 고려되어야 할 '브랜드 컨셉' - 가장 화려한 산업에서의 '가장 촌스러운' 브랜드의 성공

수많은 산업 군 중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가장 화려한 마케팅이 전개되는 산업은 무엇일까? 패션이나 식음료,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 중에서도, 화장품 산업은 ‘마케팅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신의 마케팅 기법과 기라성 같은 브랜드 모델이 활약하는 산업이다.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낮고 제품 간 효능의 차이가 극적으로 벌어지지 않으며,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화장품 산업은 기본적으로 美를 다루는 특성상 ‘저 제품이면 나도 저렇게 피부가 좋아질 수 있겠지/저 제품이면 나도 예뻐지거나 멋있어질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기에 대부분의 화장품 기업(특히 대기업)은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톱 모델을 사용하고, ATL과 BTL을 넘나들며 마케팅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별 모델 현황. 화장품 산업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모델들이 활약하고 있다. (위) 좌측부터 블랙핑크 제니(헤라) / 레드벨벳 조이(에스쁘아) / 윤아(에스티로더) / 수지(랑콤) (아래) 좌측부터 송혜교(설화수) / 신세경(바닐라코) / 블랙핑크 리사(MAC) / 전지현 (숨37º) / 출처: 각 브랜드별 홈페이지


여기에 더불어 자사 홈페이지, 제품 상세페이지, 패키지 디자인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이는 요소들도 대부분 세련되고 깔끔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헤라/랑콤/MAC/설화수의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이는 모델과 더불어 상술한 소비자 접점에서의 요소(브랜드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등)들 또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있어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장품 산업에서의 일종의 ‘상식’에도 불구하고, 2005년 창업한 ‘시드물’은 언뜻 보기에는 촌스러울 수 있는 공식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 패키지 디자인, 없다시피한 브랜드 공식 모델(대표이사),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판관비로 연 매출 약 500억 원의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몰라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로도 유명한 시드물은, 언뜻 보면 화장품 산업의 상식에서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피부의 고향’이라는 브랜드 컨셉을 집요할 정도로 유지하다

시드물은 2006년 50만 원의 창업 자본으로 시작한 브랜드로, 오늘날까지 ‘피부의 고향’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렴한 천연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드물의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공식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 디자인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히 유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의 화려하고 세련된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드물은 2020년까지의 기준으로 매해 60% 정도의 매출 성장률, 4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 전체 자산 중 87%가 현금성 자산, 부채 비율 6.4% 등 건전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유명한 브랜드 모델도 없으며, 시대에 맞지 않는 듯한 공식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를 운용 중인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수치인데, 여기에는 브랜드 컨셉에 충실하고자 한 비밀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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