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초 문화'의 엔진이 식어간다 - 브랜드의 강점이 시대의 흐름과 충돌할 때

심장을 뛰게 하는 거친 말발굽 소리의 엔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스카프를 휘날리는 라이더들과 130만 명이 넘는 공식 팬층. 마초남의 상징. 미국의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1903년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실제 주행 성능 논란 및 환경 문제 등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업계의 1위를 넘어 미국의 ‘마초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였다(이들의 지난 마케팅 전략을 보면 미국인들의 ‘마치즈모(Machismo)’, 즉 마초적 성향을 공략하는 것이 주가 될 정도이다).


남자들의 반항심과 거친 누아르를 담은 ‘할리와 말보로맨’이라는 영화가 1991년 출시될 정도로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마초남’의 상징이다. / 출처 : Daum 영화


할리데이비슨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할리데이비슨은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며, 단기간의 점유율 싸움에서 승리하려 하기보단 장점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가치로 발전시켜나갔다. 

많은 장점 중에서도 특히 이들은 자신들을 ‘마초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줬으며,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말발굽 소리를 담은 엔진(OHV 방식의 45도 협각 V트윈 엔진)은 단순히 ‘잘나가는 엔진’ 또는 ‘튼튼하고 세련된 엔진’을 넘어 그 자체로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이자 ‘마초남’의 상징이 되었다. 할리데이비슨 또한 “록, 사운드, 필(Feel)이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단어”라고 할 정도로 이것을 유지하는 것에 힘을 쏟았는데, 라이더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에서 줄 수 있는 가치를 넘어 특유의 감성적인 ‘그 무엇’을 통해 승부하고자 한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100년 전의 모델과 현재의 오토바이에 들어가는 공랭 엔진의 구성이 큰 변화가 없을 정도이다. 대다수의 공랭식 바이크가 거의 사멸하다시피 한 2006년 유로3로 인한 일명 ‘공랭의 멸종’의 시기에서도 할리데이비슨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할리데이비슨 엔진 소리의 변천사만 모아놓은 유튜브 영상은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 출처 : 유튜브 Harley-Davidson Breakout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의 최근의 모습은 심상치 않다. 2019년 4분기까지 12분기 연속 매출이 하락했으며, 2017년 기준 주당 60달러 선이던 주가는 2020년 4월 기준 주당 15달러까지 하락할 정도이며, 2019년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가 2020년까지 전체 인력의 10% 감축, 작년 7월 700명을 해고하는 등 극적인 부진을 겪고 있다.



2017~2020년 할리데이비슨 주가 추이. 코로나 이슈를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 happist


이렇듯 ‘미국 마초 문화’의 상징이자 영원할 것 같았던 할리데이비슨의 부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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