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그 이상의 브랜드를 위해, FC 바르셀로나

2020-05-29

길을 지나가다가 한 번쯤은 ‘폐업 정리 / 창고 대방출 / 점포정리’ 등의 문구가 써진 전단지나 점포를 본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폐업 정리, 오늘만 팝니다, 마진 제로,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등의 문구를 걸어놓고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같은 위치에서 장사하는 점포도 간혹 보이는데, 이러한 업체들은 정말 본사가 폐업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폭탄 세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폐업 정리 점포의 특징. / 사진출처: 문화일보(좌)


물론 진짜 폐업하게 되어 물건을 헐값에 내놓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러한 문구를 활용해 물건을 싸게 파는 매장을 연출하고 손님을 모으는 일종의 ‘장사법’이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폐업한 가게를 ‘깔세(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지급하고 입점하는 것)’로 빌려 1~2달 물건을 팔고, 만약 장사가 잘 되면 계속해서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 충분한 수익을 얻은 뒤엔 다른 지역으로 가서 또다시 이러한 ‘깔세’ 방식의 장사를 시작한다.
이러한 ‘깔세’방식은 보증금이 없는 대신 월세가 배로 비싸기 때문에, 큰 투자 없이 단기간에 많은 이윤을 올리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폭탄 세일, 원가 수준의 가격을 기대하고 들어온 소비자들은 오히려 그렇게 싸지 않은 가격으로 저품질의 제품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포를 과연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이러한 점포 중에는 자신만의 로고와 상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왜 이러한 점포들은 ‘브랜드’라고 부르지 않는 것일까? 그러면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무늬만 있다고 브랜드?

미국의 마케팅협회는 브랜드를 “판매업자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시키고 경쟁업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차별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름, 용어, 기호, 상징, 디자인 혹은 이들 모두의 결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표/로고/이름/매장/홈페이지 등등. 이러한 것들이 갖춰진다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말 그대로의 ‘브랜드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부분’일 뿐,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명확하게 인식되기 위해선 다양한 요건들이 존재한다. 이 요건들에는 브랜드의 인지도, 포지셔닝, 신뢰도 등등이 있는데, 이것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브랜드 자산을 쌓기 위해선 브랜드의 유산, 즉 헤리티지(Heritage)를 활용하고 ‘브랜드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스타일’은 브랜드를 의인화하여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자아일치의 수단으로 브랜드를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브랜드와 실질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인식(Fournier) 하여, 자신과 유사한 개성을 지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Haslam et al. 2005, Swaminathan, Stilley, and Ahluwalia 2008). 또한 사회적 유대감을 대리 충족하기 위해 의인화된 브랜드를 선택하고 높은 브랜드 태도와 구매의향을 보인다고 한다 (Mourey, Olson, and Yoon 2017).

이처럼 브랜드 스타일 구축은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데, 그렇다면 이 ‘브랜드 스타일’이 잘 구축됨과 동시에 브랜드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곳으론 어디가 있을까? 여기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축구팀 ‘FC 바르셀로나’를 소개한다.


Més que un club (클럽 그 이상의 클럽)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현대 축구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의 소위 ‘명문 구단’들은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와 기업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2017~2018 시즌 매출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 약 9,600억 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약 8,300억 원일 정도니 ‘대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장인 캄 노우(Camp Nou) / 사진출처: Once in a Lifetime Journey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연고를 두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또한 2019년 기준 구단 가치 약 4조 원의 거대한 ‘기업’이자 브랜드이며, 동시에 프리메라리가 26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30회, 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유러피언 트레블(국내 리그, 컵, UEFA 챔피언스리그를 단일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것) 세계 최초 2회 달성 등 성적 면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명문 구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루이스 수아레즈, 제라르 피케, 테어 슈테겐 등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GOAT(Greatest Of All Time)’, 리오넬 메시


故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토털 싸커’, ‘크루이프 철학’을 이어받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현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 전술까지 1899년 설립 이후 세계 축구를 선도해온 바르사에게는 다른 명문 구단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과 역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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